AI는 정말 '이해'하고 있을까?
요즘 인공지능을 쓰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정도면 이해하는 거 아닌가?"
질문의 맥락을 파악하고, 이전 대화 내용까지 고려해 답변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실제로 꽤 복잡한 질문에도 그럴듯한 답을 내놓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해집니다.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이런 능력을 정말 '이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사람이 무언가를 이해한다고 할 때는 보통 개념의 의미를 파악하고, 상황에 따라 판단을 바꾸며, 배운 것을 새로운 문제에 적용하는 능력을 떠올립니다. 여기에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돌아보는 능력까지 더해지기도 하죠.
단순히 맞는 답을 내놓는 것과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같은 일일까요?
AI는 어떻게 답을 만드는가
현재 널리 사용되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합니다.
입력된 문장을 토큰이라는 단위로 나누고 숫자로 표현한 뒤, 학습 과정에서 조정된 파라미터를 바탕으로 문맥을 처리합니다. 그리고 다음에 올 토큰의 확률을 계산하며 답변을 만들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모델은 학습한 언어의 패턴과 관계를 활용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만으로 AI가 의미를 이해하는지 아닌지까지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이 문제를 생각할 때 자주 언급되는 것이 철학자 존 설(John Searle)의 '중국어 방' 사고실험입니다.
방 안에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규칙서에 따라 밖에서 들어오는 중국어 질문에 중국어로 답합니다. 밖에서 보면 중국어를 이해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정작 방 안의 사람은 자신이 다루는 문장의 의미를 모릅니다.
존 설은 이를 통해 규칙에 따라 기호를 처리하는 것과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이 사고실험이 오늘날 AI의 이해 여부를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는 능력과 실제 이해가 반드시 같은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그럴듯한 답변과 이해의 차이
인공지능의 답변이 자연스러운 이유는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하면서 언어에 담긴 지식과 다양한 관계, 추론 패턴을 익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이해하고 답한 것처럼 보이는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때로는 복잡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럴듯한 답변이 언제나 정확한 답변은 아닙니다.
같은 질문에도 서로 다른 답을 하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을 확신에 차서 설명하는 환각(Hallucination)을 보이기도 합니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도 있구요.
이런 오류에는 여러 원인이 있습니다. 모델이 자연스러운 답변을 생성하는 능력과 그 답변이 사실인지 검증하는 능력은 서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최근 AI 모델들은 여러 단계를 거쳐 문제를 풀거나, 여러 추론 경로의 결과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정확도를 높이기도 합니다. Chain-of-Thought나 Self-Consistency 같은 방법이 대표적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과정이 사람처럼 자기 생각을 인식하고 점검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AI가 의미를 주관적으로 경험하는지, 자신의 답변을 검토하는 과정이 인간의 자기 인식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입니다.
패턴을 학습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단순히 패턴을 따라 하는 시스템일까요?
그렇게만 보기도 어렵습니다.
언어 모델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복잡한 관계를 표현하고, 많은 문제에서 유용한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모델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전에는 관찰되지 않던 능력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를 **창발적 능력(Emergent Abilities)**이라고 부릅니다.
다만 이러한 능력이 실제로 갑자기 등장하는 것인지, 평가 방식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있습니다.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이 생깁니다.
충분히 정교하게 패턴을 학습하고 새로운 문제에 적용할 수 있다면, 그것을 이해와 완전히 다른 것으로 봐야 할까요?
일부 연구자들은 기능적인 관점에서 AI의 능력을 이해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만으로 의미에 대한 이해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결국 AI가 보여주는 능력을 어디까지 '이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마무리
어쩌면 AI가 사람처럼 이해하는지에 대한 결론을 서두를 필요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AI가 무엇을 잘하고, 어떤 상황에서 틀릴 수 있으며, 어디까지 믿고 활용할 수 있는지 아는 것이니까요.
AI를 이해한다는 것은 AI를 사람처럼 보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디서부터 한계가 있는지 아는 것에서 시작됩니다.